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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안정은 초저출생사회 극복의 '필요조건'
- 등록일2024-01-30
지난 2017년 1.05명에서 2023년 0.72명으로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이는 OECD 38개국 중 최하위이며,
전 세계 217개 국가 중 홍콩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대한민국의 저출생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선을 넘은 지 오래다. 통계청 조사 결과, 이 추세로라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2년 5,167만 명에서 2072년 3,622만 명으로 무려 약 1,500만 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축소도 문제지만, 그 감소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도 문제다. 당장 초등학생은 2023년부터 매년 10만 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G7으로 거론될 만큼 경제 대국으로 꼽히고,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목표로 하는 대한민국에서 왜 출산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일까? 그 이유는 그간 우리가 만들어온 성공한 국가가 사실은 불안한 국민을 낳는 왜곡된 경제 사회 구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거비와 생활 물가는 점점 오르고 임금 인상은 제한적인 왜곡된 구조가 지속되는 불안한 위기 속에서 가족을 형성한다는 것 자체가 젊은 세대들에게 모험적인 선택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저출생이 계속되면 그 피해는 모두 현재의 젊은 세대들이 짊어지게 될 것이다. 일례로,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할 노인 수를 뜻하는 노년부양비가 2022년에는 24.6명이었지만 2070년에는 100.6명으로 상승한다. 즉, 기존에는 일하는 사람 3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다면, 저출생이 계속될 경우 일하는 사람 1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현재 우리나라는 전 세대에 걸쳐 건강보험을 통해 다양한 의료보장 혜택을 누리고 있다. 특히 노인층을 위해 전체 건강보험 재정의 약 40%를 사용하는데, 향후 젊은 세대 대비 노인의 인구가 늘어난다면 노인 의료비와 노인 돌봄을 위해 지출할 재정 부담은 상상 그 이상이 될 것이다.
“출산율의 감소가 생활 수준의 향상을 위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우리 국민에게 생활 수준의 향상을 포기하고 출산율을 높이거나
아니면 현상 유지만이라도 하라고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노벨상 부부 수상자이자 사회실천가인 뮈르달 부부의 저서 <인구위기>(2023) 중에서 -
뮈르달 부부가 1934년 당시 스웨덴의 저출산 현상 해결을 위해 전하려고 했던 이야기의 핵심은 저출생은 사회구조적 요인으로 비롯된 것이므로 해법도 개인에게서 찾을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의 변화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진단과 해법은 100년 후 현재의 대한민국에도 정확히 들어맞는 것이 아닐까 한다.
항 목 | 주거 | 의료 | 교육 | 교통 | 통신 | 전체 | |
---|---|---|---|---|---|---|---|
가구 유형 | |||||||
일반 가구 | 소득 대비 | 6.8 | 4.1 | 6.7 | 7.5 | 3.5 | 28.6 |
소비지출 대비 | 11.2 | 6.8 | 11.1 | 12.4 | 5.7 | 47.2 |
실제로 현재의 인구 위기는 어느 하나의 해법으로 풀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반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먼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생활의 위기가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이를 타파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주거·의료·교육·교통·통신 등의 핵심생계비 항목별 지출 비중을 살펴보면, 일반 가구 기준으로 핵심생계비에 대한 전체 지출 규모는 소득 대비 28.67%, 소비지출대비 47.2%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가구가 필수생계비에 1/3 또는 1/2을 쓰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식료품비를 포함한다면 비율은 더 높아진다. 이러한 비율만 봐도 만일 출산이나 육아 등으로 인해 어떤 가구에 예기치 못한 추가 지출이 일어난다면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심한 경쟁체제에 더해 취업난, 주거난을 겪는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데 부정적인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좀 더 초점을 좁혀 주거와 관련된 변수가 저출생에 끼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이와 관련해 국토연구원에서 발표한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 방향’에 대한 연구를 주목해 보자. 이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출산율의 추이가 주택시가총액과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완만한 출산율 감소 추이가 가파르게 감소로 변한 최근의 시점이 2000년대 초반과 2010년대 중반인데, 공교롭게도 이때 모두 주택 시가의 총액이 급증하는 시기였다는 점에서 상관관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16개 광역지자체의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주택매매가격 1% 상승은 다음 해 출산율을 0.00203명 감소시키고, 전세가격 1% 상승은 0.00247명 감소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살펴본 연구 결과들에서 알 수 있듯, 안정적인 주거 환경은 출산율을 제고하는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다양한 주거 정책이 마련돼야겠지만, 우선은 청년 및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에 저렴하게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 등 다양한 혜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더불어 가정을 이루고, 출산과 양육을 결정하는 데 있어 안정적인 주거 환경이 갖춰진다면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주택정책만으로 초저출생 사회를 탈출할 수는 없겠지만, 절대 빠져서도 안된다는 점에서 주거안정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필요조건임에 틀림없다. 더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주택정책의 전개가 절실한 이유이다. 대한민국 인구위기의 심각성을 생각할 때 지체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글_이태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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